모여봐

기타사연

전쟁 나면 살아남을 수 있을까?

모여봐

2025.01.10 15:40

예비군 훈련 당시를 떠올려 보면
만약 우리나라에서 전쟁이 날 경우
살아남을 수 있을지
심히 걱정스럽다는 생각도 든다.

예비군 훈련을 처음 갔을 때
삽을 나눠주고 진지를 파라는 지시가 있었다.
나는 "해야 하는갑다." 하고 삽을 들었는데
그 순간 뒤에서 누가 내 등을 톡톡 치더니
"안 해도 돼요.. 하지 마요 그거"
주변을 둘러보니 다들 고개를 끄덕이며
하지 말라는 무언의 메시지를 보내길래
머쓱하게 나와서 휴대폰 보며 시간을 때웠다.

예비군 훈련이 거듭될수록
매년 더욱 신기한 장면을 볼 수 있었는데
M16A1 소총 사격할 때는
매년 한 발씩 사격하는 게 원칙이었다.
그런데 어디선가 "드르르르르르륵" 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사격 끝!" 이라는 외침이 들려왔다.
단발 사격이고 뭐고
빨리 끝내고 내려오고 싶다며
10발짜리 탄창 하나를 연발 사격으로 다 비우고
내려온 것이었다.

예비군 훈련 중 제일 재미있는 것은
페인트탄을 쏘는 위력이 약한 총으로
서바이벌 게임을 하는 것이었는데
귀찮다고 설렁설렁했더니
여기저기서 페인트탄이 날아와
”딱! 딱!" 하고 때리는 것이었다.
"아, 이거 대충하면 재미없구나.." 하며
항복하고 내려오는데
어딘가에서 익숙한 "헤드샷!“ 하는 소리가 들린다.

훈련 도중 한 번씩 쉬는 시간이 있었는데
약간 짓궂은 예비군들은
앞에 있는 현역 군인들에게
반말로 이것저것 물어보면서 같이 놀았다.
말 그대로 선배들 앞에서
장기자랑 하는 후배를 보는 것 같다.

나는 이제 민방위로 전환돼서
더 이상 예비군 훈련에 나가지 못하는데
요즘 예비군 훈련 빡세졌다지만
아마도 크게 바뀐 건 없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