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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좋은 일 한번 했다
제법 쌀쌀한 바람이 부는 몇년 전 가을 주말
혼자 조깅하면서 운동하다가 힘들어서 아이스 아메 한잔 사들고 공원 벤치에 앉았음.

하늘이 참 예쁘네 하면서 벤치에 기대 앉아있는데 갑자기 어딘가에서 한 남자가 나타나더니
바닥을 뒤지면서 뭔가를 열김히 찾는 거임.

뭘 저리 열심히 찾나 바닥에 뭔가 있나 싶어 쳐다봤더니 바닥에 하수구로 이어지는 통로가 있고
그 위에 철판이 덮여 있었는데, 그 사이에 웬 반지가 하나 있는 거임.

얼마쯤 할지 모르겠지만, 금으로 된 반지라 값 좀 나가 보였음. 보나마나 커플반지겠지.

이게 남자가 찾는 물건인가 싶어 이야기하려던 순간 이걸 그냥 주워가 버리면 모를텐데
하고 좀 망설여짐.

그 때는 여자 사귀어 본 적 없어서 커플반지 잃어버린 기분이 어떤 건지도
몰랐는데 그래도 이걸 그냥 들고 가는 건 아니다 싶어서 남자 불렀음.

이거 찾는거 아니냐 했더니 맞다고 뛸 듯이 기뻐하면서 진짜 고맙다고 계속 이야기함.
하도 기뻐하길래 어쩌다 잃어버렸느냐 물어보니 얼마 전에 여친이랑 이 앞에서 싸웠는데
그때 화가 너무 나서 너하고는 이제 끝이라면서 반지를 빼서 집어던졌다는 거임.

그런데 혼자 집에 가서 있다가 보니 자기가 잘못한 거 같고 여친이 너무 보고 싶어서
도저히 안 되겠다는 거임.

그래서 집어던진 반지 다시 들고 찾아가서 내가 너무 심했다 사과하고
다시 만나자고 해볼 거라네.

만약 그 반지 주워들고 그냥 내 갈길 갔으면 나 엄청 나쁜놈 됐을 듯.

잘 되길 바란다고 반지 줘서 보냈는데 지금쯤 그 커플은 잘 지내고 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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