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여봐

결혼사연

요리가 취미인데 맛이 없는 와이프

장수거북이4

2025.01.22 21:10

요리가 취미인데 맛이 없는 와이프

저희 와이프는 요리가 취미인 거 같습니다.

아침에도 항상 출근하기 전에
밥 먹고 가라고 챙겨주고,
저녁에도 먼저 들어와서 따끈한 밥상 차려놓고
하는 짓 자체는 너무 너무 이쁩니다.

그런데 심각한 문제가 하나 있어요.
요리는 열심히 하는데 맛이 너무 없다는 겁니다.
뭔가 그냥 미각이 문제인 게 아니라
본인만의 세계가 있는 거 같은데
그게 일반적인 사람의 세계와는 다른 것 같습니다.

TV에서 어남선생 이라던지
백종원씨가 나오는 요리 프로그램을 보더니
그걸 그대로 따라하지 않고
자신만의 요리를 추구합니다.

어디서 짬뽕에 치킨스톡을 넣으면
국물에 깊은 맛이 난다는 소리를 듣고 와서는
이제 참치김치찌개에도 치킨스톡과 굴소스를 넣어
이게 닭 육수인지 김치국물인지 헷갈릴 만한 요리를 내놓는데요.

또 한번은 유튜브 영상을 보더니
찜닭을 하는데 거기다 1.5리터짜리 콜라를 콸콸 붓고,
직접 캬라멜 소스를 만들겠다고
양파 한 망을 사와서는 통째로 다 집어넣고는
하루종일 양파를 볶아대고,
어디 요리 경연대회 같은 데서 본 거라는데
돼지껍데기를 삶아서 얇게 채썬 다음
그걸 국물에 집어넣어 냉채를 만들어서 내놨는데
너무 비려서 기절하는 줄 알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와이프에게 조심스럽게

"자기 요리에 진짜 진심인 것 같다.
그러니깐 아예 학원을 제대로 다녀서
이 쪽으로 큰 도전을 시도해 보는 건 어때?"

라고 하면

"사람은 자기 분수를 알아야 해. 난 그 정도는 아니야"

라며 행복하게 웃고 있는데
도저히 따끔하게 현실을 알려줄 수가 없네요.

아내에게 상처를 주지도 않고
정상적인 요리를 하게 만들 방법은 없을까요?